문어와의 첫 만남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이그 포스터는 어린 시절, 집 앞에 펼쳐진 대서양을 본인의 또 다른 집처럼 누비고 다녔습니다. 수위가 낮은 바다 바위 틈의 다시마 숲을 헤엄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생활을 즐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바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을 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크레이그는 지치고 말았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어린 시절 누비고 다닌 대서양을 다시 찾게 됩니다. 다시마 숲에 둘러싸인 곳은 안정감을 들게 했습니다. 그 곳에서 문어와의 첫만남이 시작됩니다. 조개 더미에 둘러싸인 문어를 처음 발견한 크레이그는 그에게 다가갑니다. 하지만 문어는 경계 태세를 풀지 않고, 온 몸에 해조류를 감은 채 구석에 숨어 크레이그를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이 생명체에게 무언가를 느낀 크레이그는 매일 바다로 가 문어를 관찰하기로 합니다. 그는 날마다 다시마 숲으로 향했고, 갈 때마다 만나는 문어가 같은 문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레이그의 정성스러운 시간이 쌓여 문어도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크레이그가 손을 뻗으면 그 손에 다가가기도 하고, 그의 다리로 크레이그를 훑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남자가 본인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바다에서 본 적 없는 희한한 생명체가 문어도 궁금했나 봅니다.
문어를 위협하는 상어떼 그리고 문어의 죽음
크레이그와 문어의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땅 위나 바다 속이나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였고, 약자는 끊임없이 강자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문어 역시 바다에 살고 있는 상어떼의 위협을 받습니다. 문어의 천적인 파자마 상어는 뛰어난 후각으로 문어를 찾아내고, 문어가 돌 틈으로 숨는다고 해도 납작한 주둥이를 밀어 넣어 문어를 잡습니다. 상어와 문어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크레이그는 위협을 받고 있는 문어를 도와줄까 하다가 생태계를 컨트롤 하는 것은 본인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어는 결국 상어의 공격을 피하다가 다리 하나를 잃게 되고 크레이그의 표정은 상처로 가득해 보입니다. 크레이그는 그 후에도 문어와의 우정을 이어갑니다. 시간이 흘러 문어는 다리를 회복했고, 다른 문어와 짝짓기를 한 후 알을 낳게 되지만,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알을 지키다가 결국 죽고 맙니다. 문어가 죽자 바다 속 청소 동물들이 문어의 몸을 야금야금 뜯어 먹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몸통은 파자마 상어가 가져가며 다큐멘터리가 마무리 됩니다. 후에 크레이그는 아들과 함께 찾은 바다에서 새끼 문어를 만나고 영상이 끝이 납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을 감상한 후 느낀 점
문어는 놀랍게도 개와 고양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다에 사는 물고기, 연체동물이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문어는 마치 표정이 있는 것 같았고, 크레이그와 교감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주변의 추천을 받고 보게 되었는데 감상한 사람들 상당수가 다큐멘터리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문어와의 교감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낯설고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그 편견을 깨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기 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이 작품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마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시는 문어를 먹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많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그러하듯 이 작품도 영상미가 뛰어난데요. 문어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생활하는 장면 뿐만 아니라 바닷속의 화려한 영상미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지만 바다 생물에는 안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전에 리뷰했던 씨스파라시와 더불어 나의 문어 선생님은 그런 저의 편견을 뒤집게 해준 다큐멘터리입니다. 네 발 달린 털 동물 뿐만 아니라 범위를 넓혀 자연에 있는 모든 동물들에 대해 박애적인 태도를 갖는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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